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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꿈 많은 달토끼 2014. 1. 26. 12:41

 [Blue is the warmest color] 압델라티프 케시시, 2013, 프랑스

이 영화는 퀴어영화이지만 본질은 사랑영화와 성장영화에 더 가깝다. 한 소녀가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며 성숙해가는 과정... 이라는 평범한 이야기를 세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 안에 담아냈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격렬하고 수위가 높은 레즈비언 섹스씬 때문이 아니다. 아델 엑사르코풀로스라는 놀라운 배우는 진공청소기처럼 사람을 빨아들인다. 뒤집어진 순진하고도 관능적인 입술, 살짝 튀어나온 앞니, 잡초같이 흐트러진 머리카락, 그리고 개나 고양이처럼 사심없는 눈동자. 아델은 정말 보기 드문 타입의 배우다. 그녀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거리를 걸을 때나 춤을 출 때나 체모를 깎은 성기와 가슴을 노출하는 정사씬에서나 이별의 순간에 콧물을 줄줄 흘리며 울고 있을 때나 화가 나거나 부끄러워 얼굴을 붉힐 때나 그녀는 자신을 완전히 드러낸다. 거리를 쏘다니는 개처럼 그녀는 그저 숨 쉬고 생각하고 존재하는 놀라운 경지의 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이렇게 길어진 것은 모두 그녀의 연기를 어디에서 잘라야 할지 알 수 없었던 탓일 것이다.

사랑과 이별. 수없이 되풀이 되고 또 되풀이 되는 진부한 이야기는 그럼에도 언제나 흥미롭다. 마루야마 겐지는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는 에세이에서 '연애는 성욕을 포장한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성욕은 식욕만큼이나 리얼하다'고도 했다. 사랑 이야기가 그렇게 흥미로운 것은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그 다음날에 또 배가 고픈 것처럼 사랑도 영원히 만족할 줄 모르는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인 것 같다. 신기한 것은 이성간의 사랑을 다룬 영화들 보다 [브로큰백 마운틴]이나 [해피투게더] 같은 동성애를 다룬 영화들이 사랑이 성욕에서 비롯된다는 통찰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온라인의 레즈비언 까페나 게이 까페들에서는 원나잇을 찾는 글들이 주된 글들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자고 싶은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자고 싶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게 더 정확한 감정이 아닐까. 우리 자신이 '자고 싶다'는 욕구를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더라도 말이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도 아델은 길에서 우연히 파란 머리의 소녀를 마주치고 난 그날 밤에 그녀가 누구인지도 전혀 모르면서도 그녀를 떠올리며 자위를 한다. 그러나 그 행위는 무의식적인 것이었다. 아델은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자각이 없는 상태에서, 잠결에 꿈을 꾸듯 자위를 한다. 그 뒤, 다시 파란 머리 소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그녀에게 빠져든다. 사랑의 본질을 참 섬세하게 파고 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성간의 정사장면을 볼 때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이 영화는 동성간의 낯설고도 이상한(이성애자의 입장에서 볼때) 정사씬을 통해 사랑의 육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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