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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문학

실천하는 독서 <미니멀 키친>

꿈 많은 달토끼 2018. 2. 24. 21:19

1년 반 전, 혼수로 내 인생 첫 냉장고를 구입했다. 

미니멀리즘의 영향으로 작은 냉장고를 구입하려고 했는데,

엄마는 애들이 생기면 냉장고 커야 한다며 

극구 넉넉한 사이즈의 냉장고를 권했다. 

리터의 양문형 냉장고는 깊고 넓었다. 

이 냉장고를 다 무엇으로 채울까 했지만 

얼마 안가 냉장고는 양가에서 주신 김치와 반찬으로 차곡 차곡 채워지게 되었다. 

넓은 냉장고는 냄비가 통채로 척척 들어갔고

커다란 김치통과 장류도 넉넉히 들어갔다. 

그리고 몇달 후 냉장고는 열어보기 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반찬통과 

상해가는 과일과 야채, 양념들로 꽉 차고 말았다...

오래된 음식은 영양가도 떨어지고,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이래서야 가족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없다.   

또 가계지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식비가 

음식물쓰레기로 술술 새어나간다는 것도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그냥 넘겨버릴 일이 아니다. 

<미니멀 키친>은 그런 위기감에 집어들게 된 책이다. 

깨끗하고 정돈이 잘된, 효율적인 부엌을 꿈꾸며 말이다. 

<미니멀 키친>은 KBS 과학까페 제작팀이 냉장고를 소재로 만든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만든 책이다. 

냉장고의 역사, 우리나라 사람들의 냉장고 구입 습관의 변천사,

변종 대장균, 푸드 마일, 농산물 직거래, 반소비주의, 채집 등 음식과 냉장고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장 흥미롭게 읽힌 부분은 역시 내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첫번째 챕터다. 

냉장고가 자꾸만 덩치가 커지는 이유가 대형할인점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냉장고를 크게 만드는 원인이다. 

그리고 냉장고에 쌓인 음식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냉장고 음식만으로 살아보기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한때 유행했던 '냉장고 파먹기'와 비슷한 프로젝트다. 

책에 소개된 프로젝트의 가이드라인이 내 상황에 도움이 될 것 같다. 


1. 냉동실과 냉장실에 어떤 음식이 들었는지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음식 재료 목록을 작성한다.

2. 너무 오래되거나 상한 음식은 버리고, 내용물이 무엇인지 일일이 이름표를 붙여서 반찬통에 넣는다. 이때 버린 음식은 음식 재료 목록에서 삭제한다. 

3. 음식 재료 목록은 냉장고 앞에 붙이고 반찬통을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는다. 이때 내용물의 이름표가 반드시 보이는 방향으로 놓는다. 

4. 냉장고의 음식 재료로 해 먹을 수 있는 식단을 짠다. 

5. 식단대로 식사하고 다 떨어진 음식 재료는 목록에서 삭제한다. 

6. 목록이 충분히 삭제될 때까지 장을 보지 않고 무조건 견딘다. 

* 파, 마늘 등 최소한의 양념류는 구매해도 무방하다. 


냉장고를 건강하게 유지하는데는 가족들의 협조가 필수적인 것 같다. 

남편은 같은 반찬을 두끼 이상 연달아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외식으로 끼니 대부분을 해결했던 습관 때문에 집밥은 매번 메뉴가 다르기 어렵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양이다. 

하지만 국이나 반찬을 한끼 씩만 해 먹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