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메일]

홍재희 감독 [아버지의 이메일] 2012, 다큐멘터리

[아버지의 이메일]감독 자신의 가족사를 다룬 영화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둘째 딸인 감독에게 보낸 사십여 통의 이메일이 발단이 되어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문제적 인간이었던 아버지 때문에 고통받으며 살아온 가족들 -어머니와 언니, 남동생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쉽사리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떨쳐내지 못한다.

알콜중독에 일도 안하고 자주 가족들을 때리고 괴롭히던 남자. 하지만 그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키 크고 훤칠하게 잘생겼던 그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꿈이 좌절된 뒤에 스스로를 술로 파괴하고 망가져간 자유롭고 싶어했던 남자의 인생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동물이라는 측면에서 성인이 되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순리라 여겨지는 세상이지만, 인간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아이가 생긴다고 저절로 부모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나 또한 현실의 요구를 모른체 하며 꿈을 쫓는 철없는 인간으로서.. 그를 이해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아주 사적인 다큐이기도 하지만, 아버지의 인생이 6.25, 월남전 참전, 중동 석유 사업, 올림픽 개최 등 한국의 현대사와 맞물려 전개되어, 사회와 시대가 그 안에 속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다큐에 등장한 가족들에게도 그리고, 한국의 어느 누구의 아버지가 될 수도 있었던 그분께도 따뜻한 마음을 보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