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Amour] 미카엘 하네케, 2012, 프랑스,오스트리아,독일
미카엘 하네케는 늘 보는 이의 폐부를 단숨에 찌른다. 그것도 여러번 푹푹. (감독은 그것을 즐기는 듯하다. 피아니스트의 마지막에서 이자벨 위페르가 자신의 가슴을 칼로 찌르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온다) 그래서 극장에 들어서기 전에 마음에 갑옷을 두르듯 마음을 단단히 추스렸지만 여지없이 당하고 말았다. 카메라의 시선은 늙고 병드는 것의 서글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아픔을 느리고 정직하고 덤덤하게 보여준다. 때로는 눈을 질금 감고 싶을만큼 처절한 영화고, 피와 살점이 튀는 영화만큼이나 망막에 스크래치를 내는 영화다. 한때 프랑스 영화계를 주름잡았다는 두 배우의 깊은 주름과 늘어진 피부, 푸르스름한 핏줄이 비치는 다리 등도 회한을 자아낸다. 평생을 곱게 지켜온 사랑도 치매로 인한 망각과 죽음 앞에서 무력해지는 것이 미카엘 하네케가 말하는 진실이다. 사실, 보고싶어 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진실일 것이다. 하지만 내 세상의 종말, 또 사랑하는 사람들의 종말이 머지않아 들이닥칠 텐데 받아들일 각오를 단단히 해둘 필요도 있을 것이다.
줄거리. 스포일러.
사이 좋게 황혼을 보내던 노부부. 불현듯 찾아온 병은 아내, 안느의 한쪽 몸이 마비시킨다. 남편 조르주는 성심껏 아내를 돌보지만, 짐이 되기 싫은 안느는 괴로워한다. 안느의 상태가 치매로 진전되면서 점점 나빠지고 마침내 본래의 지적이고 우아한 안느의 지성과 성격마저 모두 변화시킨다. 힘든 시간을 견디면서, 안느의 상태가 점점 더 나빠져서 마침내 끝이 올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조르주. 결국 스스로 그녀의 숨을 거두고 만다.
by 산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