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공주]
꿈 많은 달토끼
2014. 4. 23. 15:38
이수진 감독 [한공주] 2014
잘 된 캐스팅, 배우들의 호연, 매끄러운 연출과 편집, 단순하지만 강력한 은유(공주가 수영을 배우려는 이유), 기억에 남는 영화 음악... 등이 어우러진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된다.그렇지만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한주간 암담한 마음으로 보냈는데, 영화도 너무 암담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괴롭고 힘들었다.
정확한 문장은 아니지만, 작가 이언 맥큐언이 말했던 타인의 마음속에 들어가 보는 것이 문학의 존재이유... 라는 말이 요즘 자주 떠오르는데, 이 영화는 끔찍한 성범죄를 당했던 소녀의 마음 속에 들어가 그 입장이 되어 보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세상과 인간성에 대한 분노, 공포, 슬픔을 느꼈다.
이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감독은 어떠한 미화도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실화는 이 영화보다 더 잔인하고 더 비극적일 터... 인간적인 따스함, 아름다움으로 포장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느꼈을 것이다.
주인공 천우희의 연기가 많이 거론되는데, 충분히 칭찬받을 만큼 좋은 배우다. 친구로 나온 정인선도 싱그러운 매력이 빛났다. '선생님 어머니' 역할의 이영란과 '공주부'로 분한 유승목의 연기도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이 가해자라는 점에서 다르긴 하지만 [보이 A]가 떠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