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꿈 많은 달토끼 2014. 4. 10. 21:17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드라마,가족) 2013. 일본

 

줄거리. 자세합니다. 스포일러.
료타는 잘 나가는 대기업 사원이고 예쁜 아내와 곧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귀여운 아들을 가진 야심만만한 사내다. 한점 구름도 없이 창창해보이던 그의 삶에 어느날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날아든다. 그의 아들인 케이타가 사실은 병원에서 뒤바뀐 아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친자는 류헤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가족들 품에서 커왔다. 료타 부부는 떨리는 마음으로 류헤이를 키워준 유다이네 부부를 만난다. 그들은 료타와는 전혀 딴판인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다. 지방에서 허름한 전파상을 하고 있는 유다이네 부부는 행동거지에 품위가 없고 이참에 위자료나 단단히 얻어내야겠다고 벼르는 모습이 료타 부부를 불편하게 한다. 병원에 대한 재판의 진행과는 별도로 료타 가족과 유다이네 가족은 서로의 아이들을 만나기로 한다. 류헤이는 케이타보다 머리하나가 더 크면서 한시도 몸을 가만두지 못하는 장난꾸러기다. 케이타는 료타네 분위기를 닮아 얌전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로 자라왔다. 케이타를 보내고 친자인 류헤이를 데려올 것이냐, 지금까지 아들인줄 알고 키워왔던 케이타를 그대로 키울 것이냐... 고민하던 그들은 결국 핏줄을 택해 아이들을 바꾸기로 한다. 케이타와 헤어지는 날, 료타는 케이타에게 유다이네 부부를 엄마, 아빠로 부르라며 그들이 자신보다 케이타를 더 사랑해줄 거라고 말한다. 한편, 류헤이는 가풍이 엄격하고 단정한 료타의 집에서 적응을 잘 하지 못하고 길러준 부모를 그리워 하다 결국 가출을 하고 만다. 혼자 유다이네 집으로 찾아간 류헤이를 찾아오면서, 료타는 어린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역시 자신이 어릴 때 부모가 이혼을 하여 엄마와 떨어지는 경험을 했고, 양어머니와는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편하게 지내지 못하는 경험을 했던 것이다. 그는 아이들을 바꿔서 자신의 삶을 엉망으로 만든 장본인인 간호사를 찾아가 화를 내고 따져보려 하지만, 간호사의 양아들이 그녀를 위해 자신에게 대드는 것을 보고 그만 물러서고 만다. 료타는 양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했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유다이의 충고에 따라 아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점차 류헤이와 마음을 열게 된다. 어느 날, 디지털 카메라로 류헤이를 찍은 사진을 돌려보다 료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을 찍은 사진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 사진들 속에서 료타는 언제나 낮잠을 자고 있다. 그것은 케이타가 찍은 자신의 사진이었던 것이다. 료타는 자신이 케이타에게 얼마나 잘못했는지, 또 케이타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는지를 깨닫고 눈물을 흘린다. 왕래를 끊기로 했던 두 가족 사이에 약속을 깨고 료타는 류헤이와 아내를 데리고 케이타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러나 반가워 할 줄 알았던 케이타는 료타를 보고 도망을 가고, 료타는 케이타를 뒤따라가면서 자신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말해준다.
 

 

 - 소재가 가진 힘, 딜레마가 강렬하다. 누구든 이런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된다면 심각하게 고민해볼 일이기 때문에 소재 자체의 흡입력이 크다. 문제는 이런 소재로 어떻게 빤하지 않게 이야기를 만드느냐... 인데,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역시 '차분하지만 따뜻한 응시'로 이야기를 그답게 풀어나간다. '신파'가 되기 정말 좋은 소재인데도 이 영화는 오히려 시종일관 쿨하고 건조하다. 엄마가 아닌 아버지의 시선으로 만들어진데다 료타라는 남자의 메마른 성격이 영화의 스타일과 꼭 맞아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마지막 장면의 작은 떨림, 미묘한 온도 변화에도 큰 감동을 느끼게 된 것 같다. 남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좋은 아버지 영화다.

- 위의 사진이 참 마음에 든다. 고민하고 있는 배우와 그 고민을 응시하는 감독의 날카로운 시선.